개요
테크 블로그에 왠 비테크 글인가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원래 이 블로그의 1차 목적은
어떤 내용이라도 같은 팀원에게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적기 위해 시작했다.
다음은 Stephen Krashen 교수의 외국어 습득 이론에 대해서 내 개인적인 생각과 혼합해서 정리해보았다.
영어 학습
미국드라마 '파친코'의 여주인공 김민하의 영어 인터뷰를 처음 들어보면
분명 미국에서 장기간 살다가 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내파라는 사실에 다들 놀란다.
우리나라도 영어 교육의 방법이 바뀌고 있다.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해야할까?
거의 모든 남자들은 자기가 운전을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대부분 영어 강사들은 이렇게 공부해야 영어가 는다라는 자신만의 이론이 있다.
그러나 많은 영어 강사들의 그런 이론들은 엉터리가 많다.
그 이유는 대부분은 강사 본인이 영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편협적인 경험담을 일반화해서 이야기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내 친구 중에도 영어 개인 과외를 오래한 친구가 있는데,
자신이 중학교 1학년때 독학으로 성문 영문법을 뗀 후에 갑자기 영어가 늘었다고
과외할 때 문법만 가르치는 친구가 있다. (to 부정사 be 동사가 어쩌고저쩌고가 중요하느니)
언어 습득 이론의 대가 중에 Stephen Krashen이라는 교수가 있다.
이 교수의 이론을 살펴보자.
Stephen Krashen
Stephen Krashen은 1941년생으로 Southern California 대학교의 명예교수이다.
1972년에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고 1970년대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자신만의 외국어 습득 방법 이론을 완성했다.
이 교수는 (교수니깐) 다른 교수들의 수많은 실험과 논문을 참조하여
자신의 주장을 백업하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이런이런 식으로 공부해야 영어가 는다는 일반 학원 강사들의 이론보다
훨씬 포괄적이라고 생각한다.
1980년대에 내놓은 이론이지만 난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있는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성문영문법과 영한사전 외우기에 의존한 영어교육법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과거 외국어 교육 방법
사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도 언어교육을 과거에 그렇게 가르쳤다고 한다.
17세기~19세기에는 유럽도, 우리나라 20세기 방법을 사용했다.
주로 문법 공부와 번역의 방식.
그러나 당시 실제 사용하지 언어였던
Greek와 Latin을 가르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딱히 뭐라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문 교육과 비슷.
20세기들어와서는 미국도 Audiolingual 방식을 썼다고 한다.
문장을 통째로 외워서 말하고, 반복해서 말하고, 단어를 암기하는 방식이다.
반복에 의해서만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이론이 유행했던 시기이다.
그러나 Stephen Krashen은 (보통 운전하면서)
이렇게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언어 습득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요즘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데 크라센 교수가 이 이론을 1980년대에 주장했을 때는 얼마나 획기적이었을까.
서론이 길었지만 스티븐 크라센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1. 습득 vs 학습 (Acquisition vs. Learning)
우선 Krashen의 이론은
언어 공부란 '습득'과 '학습'이라는 두 가지 큰 개념을 나누는 데서 시작한다.
습득 (Acquisition) :
습득이란 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
다른 방법이나 목적(예를들어 책 읽기나 놀이)을 통해 잠재의식적(sub-consciously)으로 언어를 배우는 과정.
그러나 이 언어 습득 능력은 아이뿐 아니라 능력이 할아버지가 되서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학습(Learning) :
습득이 잠재의식적(subconcious)한 배움이었다면 '학습'은 '의식적'인 배움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문법 공부가 여기에 들어간다.
습득 : Fluency와 관련이 있다. 극단적인 예로 책을 많이 읽다보면 말할 때 적절한 용어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것을 말한다. 교실에서 영문법만 배운다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가 튀어나오지 않는다.
학습 : Accuracy와 관련이 있다. 내가 영어로 무슨 말을 할 지 머리속으로 우선 생각한 후에 글로 쓰기 전에 이게 문법적으로 맞는 말인지 한 번 더 되뇌여 고치는 것이 이 accuracy에 해당한다. 이 과정을 Krashen은 학습(Learning)이 습득(Acquisition)에 영향을 주는 Monitoring 과정이라 이름을 붙였다.
이 Fluency와 Accuracy, 이 두 가지가 골고루 발전해야지 영어를 잘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Krashen은 지난 수십년간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아이들은 100% Acquisition으로 언어를 배우고, 성인은 95% Acquisition, 5% Learning으로 외국어를 배운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래도 성인이 되고나서 외국어를 배우려면
어느 정도 학원이나 과외를 받아야 느는 것 아니냐고,
즉, "학습(Learning)"의 효과가 더 큰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Krashen에 의하면 "Learning"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는 의미다.
한 가지 예로 수십년전 누군가 class를 두 개로 나누어, 한 쪽 class는 혼자 책을 읽게 하고(uninterrupted self-reading), 한 쪽 class는 문법 교육을 시행했는데, (정확한 실험 환경은 생략) 1년 뒤에 두 class다 문법 시험(주로 빈 칸에 바른 단어 채우기)을 봤더니 혼자 책을 읽게 한 반의 점수가 훨씬 많이 늘었다고 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문법을 '습득'하는 과정은 '학습'이 아닌 '습득'에 해당하고 이것이 문법에도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Academic Language는 예외겠지?
과거 동시통역사가 직업인 여성과 소개팅을 한 기억이 있다.
전공은 분명 영어와 동시통역이지만, 나와 만난 다음 주 받은 업무가,
법원에서 어떤 중화학기업을 대변하는 변호사의 말을 통역해야되기 때문에 화학 용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영어가 단지 화학용어만 있겠는가, 전공마다 그들만의 전문용어들이 많다.
이런 전문용어도 '학습'이 아닌 '습득'에 의해서 배워질까?
Krashen은 이것도 책 읽기를 통해 '습득'으로 배워진다고 하는데
물론 최근에 나온 다른 언어학자들의 이론은 academic language는 '학습'(Learning)으로 배워진다는 이론도 있다.
어쨋든 여기까지의 이 '습득' vs '학습' 이론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Krashen은 Acquisition(습득) is the main player in language Fluency 라는 것이다.
2. 언어 습득 방식 - Comprehensible Input
Temple Grandin 이라는 사람은 사람의 선천적인 특성마다 배우는 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어떤 사람을 그림을 위주로, 어떤 사람은 수학적, 음악적 습득이 뛰어나고, 어떤 사람은 언어와 논리 그 자체로 사고한다.
Krashen도 언어 습득이 아닌 다른 과목들은
사람마다 효율적으로 배우는 방식의 다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언어'는 모든 사람은 언어를 똑같은 방식으로 배운다고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는 메카니즘은 인종 구별없이 모든 사람이 똑같듯이, 우리가 눈으로 사물을 봤을 때 색을 뇌에서 인지하는 방식이 똑같듯이,
모든 인간은 언어 습득의 방식이 딱 한 가지라고 한다.
그것이 comprehensible input - 즉 이해가 되는 입력을 통해서라는 것이다.
"We acquire language in one way and one way only, when we understand it. That's it"
어찌보면 아주아주 당연한 말이다. 그냥 당연한 말인데 아닌 예가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내 과거 경험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과거에 누가 나한테 이걸 물어봤다. (옛날)
TV의 AFKN 채널 (요즘 애들은 무슨 채널일지 모를 듯. 아무튼 우리나라 공중파에 계속 영어가 나왔던 채널)을
하루 종일 틀어놓으면 과연 영어에 '귀가 트일까?'라는 의문이었다.
영문법과 단어 외우기로 영어공부를한 우리 세대는
'읽기' 능력은 빠른데, '듣기'가 안 되는 사람들이 많다.
Reading 과 Listening의 역량 차이. 왜 생길까?
과거에 이것이 단지 영어 특유의 발음과 억양에 '익숙하지' 않아서
즉, '귀가 트이지 않아서'
무작정 영어 방송을 배경으로 틀어놓고 있으면 무의식 중에 귀가 트인다는 썰이 있었다.
그러나 Krashen은 그것은 comprehensible input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예시는 순전히 내 해석)
3. 언어 습득을 위한 조건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의 이론 중에는 LAD(Language Acquisition Device)라는 개념이 있다.
LAD란 뇌 안에 언어 습득을 담당하는 추상적인 부위가 있다고 가정하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Krashen은 이 LAD가 습득을 방해하는 필터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추상적인 개념)
이 필터를 Krashen은 Affective Filter라고 불렀다.
예를들어 두 학생이 똑같은 수업을 들어도 한 명은 지식 흡수를 잘하고
한 명은 못하는 것은 이 Affective Filter가 수업내용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메카니즘이 있어서라고 한다.
Krashen은 이 필터가 습득거부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조건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1. Motivation : 동기
2. Self-confidence (or self-esteem) : 자신감(자존감)
3. Low Anxiety : 낮은 불안감
1, 2번은 어찌보면 당연한 게
1번은 엄마가 강제로 학원 보내서 온 학생과 스스로 동기부여가 된 학생과는 당연히 습득의 차이가 있다.
2번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당연히 잘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줘야하는 것이다.
"자란다"라는 우리나라 기업에서 딱 한 번 돌봄선생님을 불러봤는데 정말 칭찬만 100%하더라. 좋은 기업)
신기한 것은 3번 항목 : 낮은 불안감, 혹은 낮은 긴장감이다.
보통 공부를 할 때 불안감없이 느긋하게 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잘 된다고들 한다.
Krashen도 다른 과목은 그럴지 몰라도, 언어 습득이라는 것 자체는 zero anxiety에서 가장 잘 습득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든 예로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강제로 호명해서 발표하게 하면
자기가 언제 호명될 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언어가 잘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가로 내가 집에서 읽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책을 읽을 때 긴장감이 없고
이 때 언어 습득이 된다고 한다.
Krashen의 결론 한 문장으로
"We acquire language in one way and only one way, when we get comprehensible input in a low anxiety environment."
- Stephen Kras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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